Photography:
Hong Youngseok

Writer:
Hong Youngseok

동해 서핑의 시작과 한국 분단역사에서 큰 의미가 있는 38선. 그 38선에 있는 휴게소에 겨울에도 역시 서핑에 미친 친구들이 달랑 5밀리 정도 되는 두께의 천 하나만 걸치고 추위에 맞선다. 열정이 너무 뜨거워 온몸이 타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파도를 만나러 간다. 동해의 겨울 파도는 다른 계절의 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크기, 파워, 스피드, 질, 어느하나 뒤쳐지지 않는다. 부츠를 신고 갈메기 똥밭을 지나 바다로 들어가면, 안춥다는 얘기는 거짓말이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얼어버린 입. 의도하지 않은 불상사엔 그냥 목숨도 포기할 수도 있겠다 싶다. 겨울 서핑은 정말 많은 것을 포기하고 해야 하기에 더 신이 난다. 추위는 서핑에 패배했다. 춥지만 즐겁다. 겨울바다가 멋있다는 건 강하게 들어오는 파도와 눈내린 해변에 서 있을 때를 말하는 것일 거다. 그렇게 주장하고 싶다. 모래사장과 바다 주변이 온통 하얀 눈으로 덮혀 있다. 바다에 앉아 하얗게 덮힌 육지를 바라보면 기분이 뭔가, 내가 바다 생물이 된 것 같기도 하다. 겨울잠을 안잔지 벌써 8년 정도가 지났다. 겨울 파도는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한다.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따뜻한 나라로 잠시 도망가는 친구들도 많지만 추위를 잊고 파도를 즐기는 자들, 너네가 누구보다 멋지다. 더이상의 겨울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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