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are we

한국의 겨울 파도는, 특히 동해의 파도는 좋다. 파워, 크기 모두. 하지만 춥다. 너무 추워서 바닷물에 한시간만 있 어도 1년은 늙는 것 같다. 사실 지금도 젊은이는 아니지만.. 그래서 그런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따뜻한 남쪽나라 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젠 버릇이 되어버린 것 같다. 특별 히 어디를 가려고 하는 것도 아니면서 한 달에 두어 번은 꼭 비행기 티켓을 찾아 본다. 어디 어디가 날씨가 좋고 파도가 좋더라, 주위에서 이런 말만 들어도 내 손가락은 이미 티켓사이트에서 무수한 클릭질을 하고 있다. 아니 나 다를까 이번에도 가을이 지나 겨울이 다가올 때쯤 이미 내 주변인들은 내가 이번 겨울은 또 어디에서 지낼 지 를 인사처럼 묻는다. 마치 나는 겨울에 한국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듯. 이번엔 비용이고 뭐고 가 보지 않은 새로운 곳을 찾겠다고 마음 먹고 적도 남쪽 여기저기를 알아보지만 내 손가락 끝의 촉이 갈피를 못 잡고 의 미 없는 클릭만 해 댈 뿐 결정을 못한다. 그래, 이번엔 친구들을 쫓아 가기로 했다. 뭐 나보다 잘 아니까 알아서 찾아 보겠지, 난 그냥 돈만 내면 되겠지란 편안한 마음으로 친구들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기로 했다. 그래서 친구들이 결정한 이번 겨울 트립은 숨바와. 숨 바와는 발리섬 오른쪽 두 번째의 섬이다. 한국에서 출발해 발리섬을 경유해서 가는 거라 여정이 고될 것이란 생 각이 들었다. 이제와서 안 사실이지만 한국의 연예인 커플인 비와 김태희도 신혼여행을 다녀 온 곳이란다. 하지 만 그 친구들은 동쪽, 우린 서쪽. 그쪽은 신혼여행, 우린 서핑여행. 그쪽은 커플 우리는 남자 열 명. 2017년 새해가 밝자마자 난 집에서 짐을 싸고 있다. 매년 초마다 하는 짓이지만 남자만 열 명은 처음이라 기대 도 되고 망했다 싶기도 했다. 꼼꼼한 성격으로 빠뜨리는 것 하나 없이 잘 챙겨 출발. 발리에서 모두를 만나기로 했다. 드디어 다 모이고 숨바와로 가는 방법을 들었는데… 발리에서 비행기 타고 바로 오른쪽 섬인 롬복으로 가 서 롬복에서 차로 섬을 횡단하고 섬 오른쪽 끝에서 배를 타고 숨바와 서쪽으로.. 갑자기 집으로 가고 싶어졌다. 여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반나절 이상을 걸려 겨우겨우 도착한 숨바와는 가로등도 없는 거의 오지나 다름 없었다. 배에서 내려서 약 한 시 간 섬 안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가 묵을 숙소에만 불빛이 밝았지만 친구들의 얼굴은 고생으로 어두웠다. 우리의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다.